KDI "2025년 성장률 0.8%" 충격 전망 속, 실질임금 1.1% 감소…소비자 10명 중 8명 "경제위기" 체감. 김밥 4천원이 6천원이 되는 동안, 월급은 그대로였다. 대한민국 가계가 맞닥뜨린 '조용한 위기'의 실체를 들여다본다.
◆ 4천원 김밥이 6천원이 되기까지
"작년 이맘때까지만 해도 김밥 한 줄에 4천원이었는데, 이제 6천원이에요. 그런데 월급은 여전히 350만원이거든요."
경기도 분당에 거주하는 회사원 박모씨(34)가 점심시간 김밥가게 앞에서 한숨을 내쉬며 하는 말이다. 그는 "예전엔 김밥 두 줄에 음료수까지 사도 만원 안에 해결됐는데, 이제는 김밥 하나만 사도 만원이 넘는다"고 털어놨다.
박씨의 사연은 특별하지 않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2025년 경제전망에 따르면, 올해 우리 경제는 0.8%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선진국 진입 이후 최저 수준이다.
더 심각한 건 실질구매력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소비자물가는 3.6% 상승했고, 고용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같은 해 실질임금은 1.1% 감소했다. 월급은 조금씩 오르고 있지만, 물가 상승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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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통계청, 고용노동부(2024) |
💡 가치있는 정보 | 실질구매력 저하의 숨겨진 진실
- 📍 2023년 실질임금: 1.1% 감소, 물가상승률 3.6%와 격차 확대
- 📍 2025년 경제성장률: 0.8% 전망, 선진국 진입 후 최저
- 📍 소비자 체감: 77.3%가 경제를 '위기 상황'으로 인식
◆ 데이터로 본 소비 변화의 실체
국내 주요 카드사와 유통업체들의 2024년 데이터 분석 결과, 소비 패턴의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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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주요 카드사 및 유통업체 데이터 종합분석(2024) |
줄어든 소비 영역
외식 및 서비스업: 업계 조사에 따르면 외식 관련 소비가 10~20%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가족 단위 외식이 크게 줄어든 반면, 1인 간편식 주문은 소폭 증가했다.
의류 및 명품: 주요 백화점들의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의류 매출이 20~35% 감소했다. 명품 시장의 경우 글로벌 경기 둔화의 영향으로 변동폭이 더 크게 나타났다.
문화·여가: 영화관, 테마파크 등 문화시설 이용률이 전반적으로 감소했다. 대신 OTT 서비스 공유 이용률은 70% 이상으로 높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늘어난 소비 영역
필수재: 대형마트 식료품 매출은 5~10% 증가했다. 특히 PB(자체브랜드) 상품 매출이 15~25% 늘어나며 가성비 소비 트렌드를 보여줬다.
홈케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홈트레이닝 용품, 요리도구 등의 판매가 50~70% 증가한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 "절약의 체계화" 시대
1단계: 스마트 쇼핑의 일상화
"이제는 장보기도 전략이에요."
인천에 거주하는 주부 이모씨(42)는 마트별 할인 패턴을 스마트폰 메모장에 정리해둔다. "이마트는 화요일에 육류, 롯데마트는 수요일에 생선류가 할인되거든요. 이런 정보들을 모아두니까 월 식비를 20만원 정도 절약할 수 있어요."
실제로 가격비교 앱 이용자가 급증하고 있으며, 대형마트들도 정기배송 서비스를 통해 "예측 가능한 지출"을 제공하는 상품을 늘리고 있다.
2단계: 공유경제의 본격화
의류: 명품 대여 서비스가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결혼식 하객 정장이나 특별한 날 의상을 구매 대신 대여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육아용품: 당근마켓 등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유아용품 거래가 연간 40~60% 증가한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아이 성장에 따라 짧은 기간만 사용하는 제품들의 순환 거래가 활발해졌다.
구독 서비스: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을 가족이나 지인과 공유하는 사례가 보편화됐다.
3단계: 라이프스타일의 구조적 변화
요리의 재발견: 홈쿡 관련 유튜브 조회수가 크게 늘어났다. "한 번 장보기로 일주일 버티기", "냉장고 파먹기" 같은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다.
무료 문화생활: 지자체 문화시설 이용률이 30~35% 증가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도서관 이용자와 무료 전시회 관람객이 늘어나고 있다.
운동의 민주화: 비싼 헬스장 대신 집에서 운동하거나 공원 시설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공원 운동기구 이용 시간대가 오전 6시, 저녁 7시에 집중되고 있다.
💡 가치있는 정보 | 기업들의 대응 전략
- 📍 편의점: 1,000원대 간편식 라인업 3배 확대
- 📍 대형마트: PB상품 비중 35%까지 확대, "가심비 존" 신설
- 📍 제조업: 다운사이징 전략 - 즉석밥 210g→150g, 라면 5개→3개들이
- 📍 외식업: 맥도날드 1,955원 버거, 버거킹 "킹딜" 메뉴 강화
◆ 구조적 한계와 정책 과제
현재 정부는 금리 인하와 민생회복 소비쿠폰 등을 통한 소비 진작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KDI 분석에 따르면, 근본적 문제는 "소득 창출 능력의 구조적 약화"다.
우리나라 GDP 대비 민간소비 비중은 47.6%로, 미국(67.8%), 일본(54.2%)에 비해 현저히 낮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경제 구조상 대외 변수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단순한 가격 할인이 아닌 "가치 혁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공 사례로는 다이소의 균일가 전략, 코스트코의 대용량 판매, 이케아의 DIY 조립 등이 있다.
◆ 현명한 소비자들의 4가지 적응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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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밸류타임즈 |
전략 1: 소비 우선순위 재정립
핵심 원칙: 필요(Need) vs 욕구(Want) 구분하기
• 1순위 (60%): 식비, 주거비, 교통비 등 생존 필수재
• 2순위 (25%): 교육, 건강, 미래 투자
• 3순위 (15%): 문화생활, 취미, 사교활동
"매월 3순위 예산을 미리 정해두고 그 안에서만 자유롭게 쓰니까 죄책감 없이 소비할 수 있어요." (직장인 김모씨, 29세)
전략 2: 타이밍 소비법
계절별 할인 패턴 활용:
• 의류: 환절기 직전 (30-50% 할인)
• 가전제품: 신제품 출시 직후 구형 모델
• 여행: 비수기 + 주중 조합
• 식료품: 유통기한 임박 할인상품 활용
전략 3: PB상품과 대안 브랜드 활용
주요 유통업체 PB상품 품질이 크게 개선되면서 "가성비 소비"의 대안으로 자리잡고 있다.
• 이마트 노브랜드: 동일 품목 대비 20-30% 절약
• 코스트코 커클랜드: 대용량 구매로 단위당 비용 절감
전략 4: 디지털 도구 적극 활용
도움 앱들:
• 가격비교: 다나와, 에누리
• 할인정보: 핫딜코리아, 뽐뿌
• 가계부: 토스, 뱅크샐러드
• 중고거래: 당근마켓, 번개장터
◆ 위기가 만든 새로운 소비 문화
2025년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것은 단순한 경기침체가 아니라 소비 패러다임의 근본적 전환이다.
과거 "많이 사고, 빨리 버리는" 소비 문화에서 "신중하게 사고, 오래 쓰는" 소비 문화로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는 위기이자 동시에 더 지속가능한 생활 방식으로의 진화 과정이기도 하다.
중요한 건 이 변화에 능동적으로 적응하는 것이다. 실질임금이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삶의 질을 유지하려면, 돈을 쓰는 방식 자체를 바꿔야 한다.
"절약은 무능이 아니라 지혜다." 이것이 2025년 대한민국 소비자들이 터득한 가장 소중하면서 실행 가능한 교훈 중 하나이다.
밸류타임즈 경제부